소프트웨어 기업에 남은 두 갈래 길
a16z David George의 선언: 성장률 10포인트 가속이냐, 진짜 마진 40%냐. 중간은 없다.
a16z의 David George가 소프트웨어 CEO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의 첫 문장은 단도직입적이다. "편안한 중간 지대는 끝났다(the comfortable middle is over)." 공적 시장이 소프트웨어 섹터의 터미널 밸류를 재평가했고, 앞으로 지속 가능한 주주 가치를 만드는 경로는 두 가지뿐이라는 것이다.
경로 1: AI 네이티브 제품으로 매출 성장률을 10포인트 이상 끌어올린다. 경로 2: 주식보상(SBC)을 포함한 진짜 영업이익률을 40% 이상으로 만든다. 12-18개월 계획은 반드시 둘 중 하나여야 한다. 그 사이의 모든 것은 무인 지대(no-man's land)다.
이 글은 투자자와 CEO를 향해 쓰여졌다. 하지만 양자택일의 파장은 조직 내부로 곧바로 전달된다. 제품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 두 경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짚어본다.
시장은 이미 판결을 내렸다
소프트웨어 기업의 첫 번째 전환은 이미 끝났다. 성장률이 꺾이고 밸류에이션이 압축됐다. FCF(자유현금흐름) 마진은 개선됐고, GAAP 마진도 일부 나아졌다. 그러나 주식보상을 실제 비용으로 인식하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섹터의 상당수가 성장 프리미엄을 받기에는 느리고, 이익 프리미엄을 받기에는 희석이 큰 어중간한 위치에 놓여 있다.
David George는 이 상태를 weak form과 strong form으로 나눈다. 8-10% 감원 뉴스를 내고 조직도의 가장자리를 다듬는 것이 weak form이다. 기계 자체를 재설계하는 것이 strong form이다. 지난 2년간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weak form에 머물렀다. 그는 앞으로 12개월 안에 strong form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 진단이 날카로운 이유는 SBC에 대한 태도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주식보상은 오랫동안 "현금이 아닌 비용"이라는 이름 아래 수익성 계산에서 빠져왔다. FCF 마진을 자랑하면서 매년 주주를 희석시키는 구조가 관행이 됐다. David George는 이것을 정면으로 문제 삼는다. "발행된 모든 주식을 소유자에서 직원으로의 이전으로 계산하라." 이 한 문장이 많은 기업의 수익성 서사를 무너뜨린다.
경로 1: AI 제품으로 성장 곡선을 꺾어 올린다
첫 번째 경로는 12개월 내에 AI 네이티브 신제품으로 회사 전체의 매출 성장률을 10포인트 이상 가속하는 것이다. 기존 제품에 챗봇이나 코파일럿 인터페이스를 붙이는 것이 아니다. 회사의 성장률 자체를 움직일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David George의 실행 청사진은 구체적이다. 먼저 조직 안에서 100배의 가치를 만들어낼 5명을 찾는다. 직급은 상관없다. 이들에게 회사의 모든 고가치 워크플로우를 문서화하는 sprint를 맡긴다. SOP, 티켓, 트랜스크립트, 정책 문서, CRM 노트, 서포트 로그. 정적인 PDF 더미가 아니라 살아있는 컨텍스트 레이어를 만든다. 한 달간 VP들을 관찰한다. 이 팀과 함께 움직이는 VP와 그렇지 않은 VP가 나뉠 것이다. 그 관찰이 임원 절반을 교체하는 근거가 된다.
R&D의 50%를 새로운 AI 제품에 투입한다. 디자인, 제품, 엔지니어링을 하나로 합친 4인 팟으로 운영한다. 첫날부터 코드를 쓰고, 인력이 아니라 컴퓨팅에 상한을 둔다. 최고의 엔지니어는 팟에 분산시키지 않고 CTO 직속 중앙 조직에 둔다. 새로운 제품들이 기술 부채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아키텍처를 관리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AI 시대에는 최고의 엔지니어가 제품 발견 최전선에 있을 필요가 없다. 빠르게 배송하고 배우는 사람이면 충분하다.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도 필수다. 시트 기반 과금에서 토큰/사용량 기반 과금으로 이동해야 한다. 고객이 AI로 가장 먼저 절감하는 비용이 인건비이고, 인건비 절감은 곧 시트 수 감소로 이어진다. 시트 기반 수익은 줄어드는 예산 위에 서 있다. 반면 토큰, 자동화, 에이전트 구동 워크플로우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예산 항목이다. David George의 기준은 명확하다.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당신의 제품을 소비하고 결제할 수 없다면,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경로 2: SBC 포함 40% 진짜 마진을 만든다
두 번째 경로는 주식보상을 포함한 진짜 영업이익률 40%, 이상적으로는 50% 이상을 12-24개월 내에 달성하는 것이다. 10-20% 감원으로는 이 숫자에 도달할 수 없다. 관리 계층을 평탄화하고, 구현을 표준화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최소화하고, 위원회를 없애야 한다. 워크플로우를 장악하고 있거나 전환 비용이 높은 곳에서는 가격을 올린다. 롱테일 고객에게는 최소 가격을 높이거나 이탈을 허용한다.
반직관적으로 들리지만, 첫 번째로 할 일은 엔지니어당 토큰 예산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월 $1,000은 과하지 않다. 거의 기본에 가깝다. 이전 아티클 "AX의 두 얼굴"에서 노정석 대표님이 했던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다. 복잡한 프레임워크를 쌓는 대신 프론티어 모델에 충분한 컴퓨팅을 태우는 것이 성능에서 압도한다. 개별 엔지니어의 산출물 상한이 대부분의 조직이 활용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최고의 운영자들은 이미 상위 엔지니어가 20-30개의 에이전트를 동시에 관리하며 생산성의 차수 급(order of magnitude) 향상을 경험한다고 보고한다.
기존 해자의 약화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 통합을 복제하기가 점점 쉬워지고 있다. 에이전트가 시스템 간 이동을 쉽게 하면서 워크플로우와 UI 우위의 가치가 줄어든다. 마이그레이션이 쉬워지고 있다는 것은 경쟁자들이 모듈의 가장자리가 아니라 핵심을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격 결정력과 고객 유지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강점을 식별하고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David George는 이 경로의 선례로 Hock Tan의 Avago/Broadcom을 든다. AI 이전 시대에 급진적 비용 규율, 제품 단순화, 가격 실현으로 가치를 만든 사례다. 가혹한 모델이다. 모든 창업자에게 맞는 문화적 청사진은 아니다. 하지만 strong form이 가능하다는 증거다. 경로 1에 대한 합리적 시야가 없다면, 경로 2만이 가치 창출의 유일한 길이다.
중간 지대가 함정인 이유
두 경로가 이론적으로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David George의 핵심 논점은 12-18개월의 실행 계획이 반드시 하나여야 한다는 것이다. 양쪽을 조금씩 추구하는 전략이 가장 위험하다. 성장 압력, 지속적 희석, 배수 압축이 동시에 찾아온다.
시트 기반 과금의 구조적 변화가 이 논점을 뒷받침한다. 고객이 AI로 절감하는 첫 번째이자 가장 명확한 원천은 노동 효율성이다. 시트가 비용 절감의 타겟이 된다. 반면 새로운 성장은 토큰, 소비량, 자동화, 성과 기반 워크플로우에서 나온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예산 항목에 서 있지 않으면, 줄어드는 항목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이것이 중간 지대의 정체다. 양쪽 다 어중간하게 추구하면 줄어드는 수익 기반을 새로운 성장으로 대체하지 못한 채 두 방향의 압력을 동시에 받는다.
창업자에게 David George가 요청하는 것은 이사회 자료의 1페이지에 하나의 질문을 놓으라는 것이다. "우리는 어느 경로에 있는가?" AI 네이티브 신제품에서 매출 성장률 10포인트 가속인가, SBC 포함 40% 이상 진짜 영업이익률인가. 답이 "둘 다 조금씩"이거나 "옵션을 평가 중"이라면, 시장은 계속 압력을 가할 것이다.
제품 조직 안에서 읽는 법
투자자의 글이지만, 양자택일의 결과를 체감하는 것은 조직 내부의 사람들이다. 내가 이 글에서 주목한 것은 두 경로 모두에서 제품 조직의 형태가 근본적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경로 1에서 David George가 그리는 PM은 이전 글에서 다뤘던 "빌더 PM"과 정확히 같다. 4인 팟에서 첫날부터 코드를 쓰고, 고객 앞에 직접 서며, 레거시 프로세스에 한 순간도 묶이지 않는 사람이다. "최고의 PM은 가능한 한 고객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 그들의 일은 순수한 제품 발견이다." 기획서를 쓰고 전달하는 PM의 자리는 이 청사진 어디에도 없다.
경로 2는 다른 방식으로 잔인하다. "IC의 상당수를 정리하면서 디렉터와 VP 계층은 그대로 둔다면, 출발점보다 더 나빠진다." 관리 계층이 타겟이다. 4인 타격팀을 위해 설계된 조직에서 10인 위원회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중간 관리자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재정의되거나 없어진다. 엔지니어 1인이 20-30개 에이전트를 동시에 관리하는 세계에서,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가치의 원천인 포지션은 구조적으로 줄어든다.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에 적용하면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이전 글에서 짚었듯이, 규제 산업에서는 AI 도입 자체가 법적으로 제약된다. 경로 1을 추구하고 싶어도 프론티어 모델 API를 호출할 수 없는 환경이 존재한다. 경로 2의 "엔지니어당 월 $1,000 토큰 예산"도 폐쇄망에서는 의미가 다르다. 작은 내수 시장과 SI 중심의 납품 문화라는 한국 SaaS 시장의 구조적 특성이 두 경로 모두의 실행 난이도를 높인다. 그렇다고 양자택일의 압력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면, 이 선택을 미루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자문해볼 것이 하나 있다. 지금 내가 일하는 곳, 혹은 가려는 곳은 어느 경로를 선택했는가. 아직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 지연이 만들어내는 비용을 조직 안의 사람들이 치르게 된다. 경로를 선택한 회사에서는 최소한 방향이 보인다. 경로를 선택하지 않은 회사에서는 방향 없이 양쪽의 압력만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