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파트너팀의 한 달짜리 숏드라마 기획 사이클을, 흩어진 노하우를 정본 지식으로 모으고 컴플라이언스급 기획 에이전트로 프로덕션화해 PM·디자이너·개발 1인 3역으로 구축한 AX 프로젝트
AI 숏드라마 신사업을 띄우는 Supercent에서 협업 파트너팀의 기획 노하우가 Notion·기획 툴·프롬프트 세 곳에 손으로 복제돼 한 번도 동기화되지 않았고(정본 대조 35건 전부 drift), 기획 한 사이클에 거의 한 달이 걸리며 담당자마다 품질이 들쭉날쭉했다
업계 트렌드·도메인 정본·시니어 암묵지를 단일 정본으로 모으면 잘 학습된 기획 에이전트가 일정 수준 이상의 PD 퍼포먼스를 대체하면서, 품질은 지식으로 보장하고 시간·인력은 AI로 절감할 수 있다고 봤다
지식층(git 정본 KB·kb-sync 드리프트 탐지)과 실행층(컴플라이언스급 기획 에이전트 AIDRA)을 분리하고, 제품 사용 학습 신호를 반복 포착해 표준 정본으로 승격하는 루프를 설계했다. 정본이 학습 제안보다 항상 우위에 서도록 가중치를 고정했다
구현을 모두 끝내고 다음 주 사내 배포·실투입을 앞둔 단계. 게이트웨이·인증·비용 추적 기반이 사내 AI 툴 필수 점검 11개 항목에서 실패 0건으로 통과했고, 앞으로 LLM 파인튜닝과 기획 이후 제작 업무까지 순차 AX할 토대를 확보했다
전통 PM에서 AI PM으로 옮겨와 협업 현장에서 실제 쓰이는 제품을 맡은 첫 경험. 예전이면 네다섯 명이 더 오래 했을 일을 PM·디자이너·개발 1인 3역으로 해내며, AI 제품을 일회성 생성기가 아니라 학습 신호가 자산으로 쌓이는 시스템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웠다
문제 정의
Supercent는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에서 콘텐츠 테크 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중이었다. 그 첨병이 자체 숏폼 드라마 플랫폼 Supereel이었다. ReelShort나 DramaBox 같은 글로벌 선두가 이미 시장을 데우고 있었지만, AI로 제작하면 실사 대비 약 37.5배 저렴하게 회차를 찍어낼 수 있다는 점이 후발 주자의 승부수였다. 회사는 각 팀의 일하는 방식을 AI로 전환하는 미션을 AIX팀에 맡겼고, 나는 그 첫 대상으로 협업 파트너팀인 AI Drama 팀을 들여다보게 됐다.
신사업이 초기인 만큼 당장의 산출물보다 오래 굴러갈 기획 인프라를 까는 일이 먼저였다. 그 과정에서 진짜 병목이 드러났다. 소재 발굴부터 캐릭터, 시놉시스, 에피소드 시나리오까지 기획 한 사이클을 도는 데 거의 한 달이 걸렸고, 그 한 달의 결과물조차 담당자마다 품질이 들쭉날쭉했다. 원인을 파고들자 구조가 보였다. 같은 기획 노하우가 Notion 문서와 기존 툴의 주입 지식, 프롬프트 세 곳에 손으로 복제돼 있었고, 어느 하나를 고쳐도 나머지는 그대로 낡아갔다. 실제로 툴에 주입된 지식을 정본과 한 줄씩 대조해보니 단 한 필드도 똑같지 않았다.
제약은 분명했다. 나는 숏드라마 스튜디오의 워크플로우를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었고, 그들이 쓰는 문서의 형식과 용어부터 따라잡아야 했다. AI Drama는 내가 지시할 수 있는 내 팀이 아니라 파트너팀이었기에 기존 방식과 노하우를 존중하면서 설득해야 했다. 게다가 이 신사업의 AX를 PM이자 디자이너이자 개발자로 혼자 끌고 가야 했다. 익숙한 역할 하나가 아니라 세 역할을 동시에 지는, 처음 경험하는 형태의 일이었다.
가설 수립
내가 투입되기 전에도 담당팀은 프롬프트를 합성해주는 간단한 툴로 외부 LLM을 돌려 결과를 만들고 있었다. 물론 그 방식으로도 결과물은 나왔다. 하지만 노하우가 어디에도 축적되지 않았고, 비용과 보안이 중앙화되지 않아 무엇 하나 회사의 자산으로 남지 않는 구조였다. 같은 결과를 더 빠르고 더 좋은 품질로 내면서 시간이 갈수록 그 수준이 올라가는 기반을 까는 것이 옳은 장기 제품 방향이라 판단했다.
가설은 단순했다. 업계 트렌드와 도메인 정본, 시니어 담당자들의 암묵지가 잘 정리되기만 하면 잘 학습된 기획 에이전트가 일정 수준 이상의 PD 퍼포먼스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도 결국 그 지식들을 활용해 일한다. 품질은 정리된 지식으로 보장하고, AI라는 수단으로 시간과 인력을 줄인다. 이 가설이 맞다면 기획 소요 시간이 급감하고, 품질이 일관되게 올라가며, 흩어져 있던 노하우가 회사의 자산으로 쌓이고, 월 서너 편 규모의 오리지널 공급을 감당할 토대가 생길 것으로 봤다.
솔루션 도출
가장 결정적인 설계 판단은 지식층과 실행층을 분리한 것이었다. 기획에 필요한 정본 지식은 별도 저장소에 두고 git으로 버전을 관리하며, 정본의 각 블록을 해시로 추출해 툴에 주입된 지식과 자동으로 대조하는 동기화 장치를 붙였다. 더 이상 누가 어느 복제본을 고쳤는지 헤맬 필요가 없었다. 사용자가 실제로 쓰는 기획 에이전트 AIDRA는 그 정본을 빌드 시점에 구워 넣고, 여성향 숏드라마와 남성향 숏애니를 단일 코드베이스의 모드 분기로 함께 굴린다. 한 줄 아이디어에서 AI 인터뷰, 키워드 선택, 컨셉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모두 같은 정본 위에서 돈다. 도메인 지식이 부족한 내게 이 분리는 약점을 메우는 장치이기도 했다. 시니어들의 업무 과정과 암묵지를 정본으로 축적하면 그 자체가 제품의 소스이자 회사의 영속 자산이 된다.
여기에 한 겹을 더 얹었다. 제품을 쓰는 과정에서 나오는 학습 신호를 다시 지식으로 돌려보내는 루프를 설계한 것이다. 사용자 피드백에서 반복적으로 포착되는 신호만 선별해 표준 지식 정본으로 승격시키되, 사람이 쓴 정본이 AI가 학습한 제안보다 항상 우위에 서도록 가중치를 0.7 이하로 묶었다. 학습된 제안이 아무리 쌓여도 정본을 역전하지 못한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생성이 아니라, 쓸수록 지식이 자산으로 쌓이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지식관리 화면. 표준지식·내 규칙·자동학습을 분리하고, 항목마다 정본과 주입 여부를 토글로 다룬다
실행층은 사내 AI 도구로서 지켜야 할 규율도 함께 짊어졌다. 모든 외부 AI 호출은 서버 게이트웨이를 경유시켜 API 키와 모델명, 정본 지식 원문이 클라이언트 번들에 한 글자도 새지 않게 했고, 사용자별 하루 비용과 호출 상한, 서킷 브레이커로 폭주를 막았다. 그 결과 사내 AI 툴 필수 점검 11개 항목을 실패 0건으로 통과했고, 번들을 뒤져도 키와 원문이 단 한 건도 검출되지 않았다. AIDRA는 지금은 기획 에이전트로 출발하지만, 영상화와 제작 소스까지 한 제품 안에서 이어지는 종합 스튜디오로 키워갈 계획이다. 지식층을 따로 둔 덕분에 그 확장의 매 단계가 같은 자산 위에서 굴러간다.
결과 & 배운 점
구현은 모두 끝났고, 다음 주부터 담당팀에 사내 배포해 실제 업무에 투입한다. 컴플라이언스급 게이트웨이와 인증, 비용 추적 기반을 먼저 통과시킨 위에 기획 워크플로우 전체를 올렸다. 앞으로는 LLM 성능을 파인튜닝하며 사람이 원하는 결과에 더 가깝게 에이전트를 최적화하고, 기획 이후로 이어지는 제작 업무까지 순차적으로 AX해 나갈 단계다. AIDRA 자체가 일종의 하네스인 만큼, 이 기반을 다듬는 일은 한동안 계속된다.
완성된 기획안은 FRAME 표준 구조의 산출물로 정리된다. 좌측 섹션 네비로 긴 문서를 탐색한다
돌이켜보면 이 프로젝트는 내 커리어의 전환점이다. 전통적 PM에서 AI PM으로 옮겨오며 협업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는 제품을 맡은 첫 경험이었고, 예전이라면 네다섯 명이 더 오랜 시간을 들여야 했을 일을 혼자 해내며 생산성을 증명한 시기였다. 350명 규모 회사의 AX를 이끄는 팀의 일원으로서 강한 책임감과 효용을 처음으로 체감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나는 이 일을 통해 AI 제품을 일회성 생성기가 아니라 학습 신호가 자산으로 쌓이는 시스템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