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파운드리: 온톨로지로 만드는 엔터프라이즈 OS
에어버스가 보잉을 추월한 비결부터 보험·렌트카·재난관리까지, 팔란티어 비즈니스 사례 정리
솔트룩스가 주최한 '에이전틱 AI, 온톨로지로 완성되다' 세미나에서 KT 윤명호 상무의 발표를 정리했다. KT는 팔란티어와 협력을 맺어 국내 공공 부문 독점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팔란티어를 가지고 사업을 하는 당사자의 관점에서 솔루션 구조와 비즈니스 사례를 다뤘다.
9.11 테러에서 시작된 회사
팔란티어는 2003년에 설립됐다. 계기는 2001년 9.11 테러였다. 테러 이후 CIA, FBI, 국토안보부 등 각 기관이 조사를 했는데, 알고 보니 징후는 이미 올라오고 있었다. 아랍인 두 명이 비행기 조종을 배우러 왔는데 초보임에도 대형기만 배우겠다고 했다는 리포트가 있었다. 각 기관에 이런 징후들이 분산되어 있었는데 아무도 연결하지 못한 것이다. "왜 못 찾았을까"라는 질문에서 팔란티어가 시작됐고, CIA 펀딩으로 출발했다.
현재 약 4,000명의 직원 중 3,800명이 엔지니어다. 온톨로지 구축이 어렵기 때문에, 솔루션을 도입하면 FD(Forward Deployed) 엔지니어 2~3명이 고객 사이트에 4개월에서 1년까지 상주하면서 현업과 함께 온톨로지를 설계하고 내재화시킨 뒤 빠져나온다. 현대, 삼성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팔란티어를 도입해서 활용하고 있다.
데이터 플랫폼의 3세대 진화
팔란티어의 포지셔닝을 이해하려면 데이터 플랫폼의 세대 구분이 필요하다. 1세대는 기존 데이터베이스와 데이터 웨어하우스다. 정형 데이터만 저장 가능하고 비정형 데이터 분석은 불가능했다. 2세대는 하둡과 빅데이터다. 정형과 비정형 데이터를 모두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됐지만, 현업 사용자가 직접 활용하기 어려웠다. IT 부서를 거쳐야 했고, 상세 요건을 전달해서 앱을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3세대가 온톨로지 기반 플랫폼이다. 다양한 데이터 소스에서 데이터를 가져와 ELT(Extract-Loading-Transform) 과정을 거쳐 온톨로지로 변환하면, 공통된 언어로 데이터를 볼 수 있게 된다. 핵심은 현업 사용자가 IT 부서 개입 없이 직접 데이터에 접근해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라는 데이터는 이름만이 아니라 구매 정보, 주소, 장바구니 내역 등이 한 번에 보여야 현업이 쓸 수 있는 데이터가 된다. 온톨로지가 이 연결을 만들어준다.
팔란티어 솔루션 구조: AIP, 파운드리, 고담, 아폴로
팔란티어의 솔루션은 네 가지로 구성된다. AIP는 LLM과 온톨로지를 연결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솔루션이다. 파운드리는 온톨로지 기반 데이터 플랫폼으로, '엔터프라이즈 OS'라고도 부른다. 고담은 정부와 공공기관용 솔루션이다. 아폴로는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솔루션 배포와 운영을 지원하는 인프라 레이어로, 일반 사용자가 직접 접할 일은 거의 없다.
파운드리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세 가지다. 첫째, 데이터 사일로. 제조 현장, 영업, 각 부서마다 데이터가 분리되어 있다. 둘째, 운영 사일로. 데이터가 떨어져 있으니 운영도 따로 돌아간다. 셋째, 의사결정 사일로. 사이트 A에서 내리는 결정이 전사 최적인지 알 수 없다. 이 세 가지 사일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요소가 데이터, 로직, 액션이다. 데이터는 온도계나 센서값, 로직은 임계치 판단이나 AI 모델, 액션은 담당자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ERP를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팔란티어의 접근법: 플랫폼이 아니라 문제 정의부터
팔란티어의 어프로치는 일반적인 데이터 플랫폼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보통은 "데이터를 통합하고 인사이트를 찾자"고 시작한다. 팔란티어는 반대다. 먼저 비즈니스 문제가 무엇인지 핀포인트하게 정의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의사결정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그 의사결정을 위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를 찾는다. 탑다운이다. 파운드리는 데이터 플랫폼이지만, 본질은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윤명호 상무의 설명이었다.
AI 활용 레벨도 5단계로 구분한다. 레벨 0은 데이터 저장, 레벨 1은 BI 시각화로 대부분의 기업이 여기까지는 갖추고 있다. 레벨 2(Decision Guidance)부터 에이전틱 AI가 들어간다. 보험 청구에서 사진을 보고 청구 적합 여부를 LLM이 가이드하는 수준이다. 레벨 3은 업무 프로세스가 온톨로지 기반으로 올라온 뒤, 사람이 경험으로만 판단하던 영역(암묵지)을 데이터화하는 단계다. 레벨 4에서는 이 데이터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AI 기반 자동화가 가능해진다.
에어버스: 팔란티어로 보잉을 추월하다
엔터프라이즈 사례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에어버스다. 2015년 팔란티어를 도입했고, 가장 큰 비즈니스 문제는 A350 주력 기종의 납기를 빠르게 하는 것이었다. 비행기 한 대에 부품이 100만 개가 넘고, 제조 사이트가 20개 이상이다. 각 사이트의 공정, 인력 스케줄, 리소스가 모두 다른데, 이것을 한꺼번에 오케스트레이션해서 생산 속도를 높이는 것은 극도로 복잡한 문제였다.
팔란티어 기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결과, 납기를 33% 단축했다. 2025년 기준 신규 주문과 인도 수에서 보잉을 전부 앞지르게 됐다. 2위 업체가 1위가 된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통합 데이터 플랫폼 기반으로 '스카이와이즈'라는 데이터 서비스도 출시했다.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정비 데이터를 항공사에 공유해서, 항공사들이 항공유 절감, 예지 정비, 스케줄 최적화를 할 수 있게 했다. 100개 이상의 항공사가 데이터 협력에 참여하고, 신규 수익이 8.5억 달러에 달한다. 제조업이 데이터 비즈니스로 확장된 패러다임 전환의 사례다.
보험, 렌트카, 재난관리
보험 분야에서는 언더라이팅 프로세스 개선이 대표 사례다. 보험 가입 시 가입자의 적합성과 위험도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하는 과정인데, 가입 이력, 건강 상태 등 다양한 데이터 포인트를 봐야 한다. 데이터가 분산되어 있고 한 사람이 판단하기에 너무 많은 변수가 관여한다. 팔란티어로 데이터를 통합한 뒤, 데이터 기반 개인화 가격 책정, 거절 사유의 데이터 기반 설명, LLM을 활용한 리포트 사전 추천의 세 가지 솔루션을 구현했다. 3년 만에 약 800억 원의 수익 개선을 달성했고, 추가로 1,400억 원의 수익이 예상된다.
허츠 렌트카에서는 차량 회전율 최적화가 핵심이었다. 렌트카가 반납된 뒤 다시 나갈 때까지의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세차 여부, 정비 필요성, 배차 위치 등 각 단계마다 의사결정이 필요했다. 날씨 변화나 비행기 지연 같은 외부 변수도 실시간으로 반영해야 했다. 업무 프로세스를 파운드리에 올려놓으니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해졌고, 전사적 프로세스 자동화와 효율화를 달성했다.
재난관리 분야에서는 미국의 홍수, 산불 등 대형 재난 대응이 사례다. 경찰청, 소방청, 산림청 등 각 기관이 데이터를 따로 가지고 있어 한 화면에서 통합적으로 볼 수 없는 것이 문제였다. 파운드리로 다양한 기관의 데이터를 통합하고 원뷰로 볼 수 있게 만들어서, 홍수 대응 시간, 피해 복구 시간, 피해 신고 처리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하나의 업무가 올라가는 것은 파일럿일 뿐이고, 기업 내에 수천 개의 유사한 업무가 있으니 절반만 올라와도 ROI는 상당하다는 것이 윤명호 상무의 결론이었다.
